고객 입장서 바라본 자기소개서가 비결…
상투적인 문구·과한 愛社 표현은 자제
명문대를 나온 A씨는 현대자동차 입사 열망이 무척 컸다. 좋은 국산차를 개발하는 데 자신도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져왔다. 그런데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자기소개서 절반을 어려서부터 현대차를 얼마나 사랑해 왔는지로 채웠다. 각종 자동차 이름이나 해외에서 현대차를 보고 난 후 감동 같은 내용을 주로 담았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정작 자기를 소개하는 내용이 부족했다. 사실 현대차 인사부 직원들이 식상해 하는 내용 중 하나가 현대차에 대한 애정 표현을 너무 강조하는 것이다. 현대차에 입사하려면 현대차가 아닌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현대차 담당자는 설명한다.
■그룹 공채 아닌 계열사 선발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 공채를 실시하지 않으며,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이 각자 선발한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명문대를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신입 직원들 출신 학교 분포를 보면 매년 70개가 넘는다.
전형 과정은 서류, 인적성검사, 1차 면접(실무면접), 2차 면접(임원·영어
면접) 등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서류에는 출신 학교와 학과, 학점, 어학시험
성적, 직무 관련 자격증, 각종 수상 내역 등을 적도록 하고
있다. 기존엔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내역 등을 적도록
했는데 작년에 이를 없앴다. 학점, 어학 성적 등은 '몇 점 이상' 같은 제한은 없다.
하지만 높을수록 좋은 인상을 주는 건 사실이다.
현대차는 작년 하반기부터 자기소개서 평가를 대폭 강화했다. 지원자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항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자소서를 쓸 때
"길거리를 다니는 현대차를 보면서 현대차 입사의 꿈을 꿔 왔다" "현대차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같은 상투적인 문구를 사용하는 건 삼가야 한다. 이런 문구는 평소 현대차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 별 고민 없이 지원한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는 설명이다. 지방대 출신 B씨는 공업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업사 고객의
현대차에 대한 느낌과 본인이 가져왔던 현대차에 대한 생각 차이를 압축적으로 기술해 서류 통과에 성공했다.서류를
통과하면 합격 인원 대략 8배수가량이 인적성 검사를 보게 된다. 인성
검사는 따로 정답이 없는 시험이며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성과가 좋은 내부 임직원을
여러 유형으로 나눠, 지원자들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테스트다.
적성 검사는 논리적 판단, 언어 이해, 자료
해석, 정보 추론, 도식 이해 등 5개 분야로 돼 있는데 지식을 묻기보다는 즉석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본다.
■실무면접, 연구직과 일반직 달라
주관식 논술 시험도 보는데 역사 관련 에세이를 쓰도록 하는 등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기간 성장한 몽골·로마제국의 성장 요인과 이를 감안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차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는 등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가 나온 바 있다.
실무면접은 2명 면접관이 1명 지원자를 30분간 자세히 살펴본다. 자소서를 기반으로 살아온 경험에 대해 세부적으로
묻는다. 이어 직무 면접은 지원 분야가 이공계 중심 연구직인지 인문계 중심 일반직인지에 따라 달라진다.일반직은 3~4명 집단토론이 이뤄진다. 면접관은 2명.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주제보다는 주로 각종 경영 활동과 관련한 문제가 주어진다. "조직 내 신세대와
구세대 간 갈등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등이다.
과제 분석 시간 20분, 토론은 30분간 이뤄진다.
연구직은 PT(프레젠테이션) 면접을 본다. 자동차 기술 관련 주제와 자료를 주고 15분 동안 준비해 5분간 발표하는 방식이다. 자료를 살펴본 뒤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면 된다. 이를테면 특정 부품의 품질 개선 방안 같은 주제가 나온다.
■임원·영어면접: 튀려고하지 말 것
임원면접은 3~4명 면접관이 4명을 심사한다. 한 조당 40분 정도로, 1명이 10분 정도 말할 시간을 갖는다. 입사 후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 가장 보람 있었던 경험 같은 질문이 나오며, 외제차 시장 잠식에
대한 견해, 본인이 생각하는 앞으로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같은 자동차 산업 관련 질문이 주어지기도 한다. 임원면접에 이어선 영어면접이 펼쳐진다. 별도 배점이 있어서 임원면접
점수가 높은 사람이 영어면접을 잘하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가 나온다. 전공 선택 이유 같은 자기소개와
관련된 질문이나, 지난 주말에 어떤 일을 했는지 같은 일상 관련 질문을 한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전문적 질문은 하지 않는다. <김창선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