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학점보다 '열정형 스펙'… 작년 신입 사원 중 15%가 어학 점수 없어
"지원서에 쓸 수는 없었지만, B2B 영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저만의 강점과 열정을 직접 보여 드리기 위해 KT 스타 오디션에 지원했습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장과 고객에 대해 고민하고, 학생 신분으로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용기를 냈던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해 KT에 지원한 지방대 출신 C씨. 취업준비생 '필수 스펙'이라는
영어 점수도 없고, 다들 거쳤다는 대기업 인턴 경험도 없었다. 전공도
이공계가 아닌 상경계. 하지만 헌 옷 재활용 관련 사업, 사회적
기업 마케팅을 지원하는 플랫폼 등을 기획하고, 투자를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그의 이야기는 면접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C씨는 스타 오디션을 발판으로 차례로 전형을 통과해 현재 KT B2B 영업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KT 채용 담당자는 "자신의 땀과 노력을 보여주며 경험해봤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B2B 시장 고객을 잘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지원자를 놓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반기 공채와 수시 채용 병행
KT는 올해 상·하반기 대졸, 석·박사 공개 채용과 수시 경력 채용을 통해 모두 45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기획·영업관리·네트워크·R&D(연구개발) 등 분야다.
KT 담당자는 "2015년 대비 40% 이상
확대한 규모로 이와 별도로 영업관리, 네트워크, 디자인 등에서
인턴 15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며 "청년 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 고객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열정형 스펙’과 직무 중심 채용
KT는 지원한 직무와 관련해 어떠한 경험을 쌓았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같은 '열정형 스펙'을 본다. 직무
중심 채용이기 때문에 입사에 있어 어학이나 높은 학점 등은 필수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2015년 입사한 신입 사원 중 15%는 어학 점수가 없다. KT 인재채용팀 박지현 과장은 "직무와 관련 없는 무분별한
다다익선(多多益善)식 스펙은 원하지 않는다"며 "지원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학생활 동안
쌓아온 노력과 경험들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펙
정보를 전혀 받지 않고 간략한 자기소개서와 5분간 발표를 통해 합격자를 선발, 서류 전형 면제 혜택을 주는 KT 스타 오디션도 채용마다 시행한다. 기본 조건을 충족하는 모든 지원자 자기소개서는 채용팀과 실무담당자들이 모여 일주일간 합숙하며 자세히 검토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지원자 개인 정보나 스펙은 모두 가린다. KT 채용
담당자는 "하루에 200~300개 자소서를 보다
보면 모든 자소서가 다 비슷해 보일 때도 있는데, 이때 눈에 들어오는 자소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진정성 있는 자소서"라며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했다'는 식 경험 나열형 자기소개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KT 인·적성 검사는 평가 항목과 문제 유형이
직무별로 차별화된 게 특징이다. 적성검사는 직무별 필요 역량을 바탕으로 6~7개 항목을 평가하며,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무 답이나 찍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감점이 되기 때문이다.
직무 면접과 심층 인터뷰가 관건
인·적성 검사 이후에는 1차 면접인 실무 면접을 진행한다.
실무 면접은 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직무 면접과 공통으로 진행하는 심층 인터뷰로 나뉜다. 직무
면접엔 프레젠테이션(PT), 실기 테스트, 장시간 토론그룹
면접 등이 있다. 직무 면접에서는 직무 이해도를 포함한 문제해결 능력,
협업 능력 등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검증한다. 경영 전략이나 영업마케팅 직무에서 진행되는
장시간 그룹 면접은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 동안 이어진다. 한정된 시간에 다수의 개인 또는 그룹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과제
결과물 외에도 과제 해결 과정, 지원자 성향 등도 함께 파악한다.
모든 직무에서 진행하는 심층 인터뷰에서는 지원한 직무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또 어떠한
열정을 가졌는지를 본다. 40분~1시간가량 소요된다. 2차 면접인 임원 면접에서는 '도전·소통·고객최우선·기본과 원칙
준수'라는 KT 인재상과 지원자의 인성, 자질 등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직무에 알맞은 성향인지를 파악한다. 경영진이 면접위원으로 참석한다. 최근 면접에선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이 몇 명인가? 그중에서 몇 명에게
영업할 수 있나" "KT의 현재를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로 분석한다면"
"show, olleh, qook이 뭔지 아는가" "핀테크와 IoT 사업이 KT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이 나왔다. KT 인재경영실장 이공환 상무는 "KT는 신입 사원 이탈률이 다른 회사보다 크게 낮은 것에서 보듯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며 "혁신적인 통신과 융합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김창선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