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암기보다 역사적 의미 파악… 한자는 자주 쓰는 단어 위주로
"입대하던 날 새벽까지 밤을 새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한숨도
자지 못한 채 훈련소로 향했습니다." LG전자 면접관들이 인상 깊었다고
꼽은 자기소개서 첫 문장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이 지원자는 입대 전 들었던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고민했던 숙제를 입소 전날까지 씨름하면서 붙들었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본인이 가진 열정과 실력, 학습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항목은 '본인이 가진 열정과 역량' '가장 큰 성취와 실패 경험' '10년 후 계획' 등 크게 3가지다. 이
안에 자신이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경험, 역량 등을 녹여 내야 한다.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어학연수를 통해 글로벌한 체험을 했다'는 식으로 적으면 추상적이고 밋밋해 깊은 인상을 줄 수 없다. 드라마를
쓰듯 실제 겪었던 일을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뭘 얻었으며 어떻게 직무에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섞는 건 금물. 서류 단계를 통과하더라도 나중에 면접 단계에서 이 내용을
다시 물어볼 수 있는데 과장이나 허위가 담겨 있으면 금세 탄로 나기 때문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서에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잡다한 스펙을 적지 않도록 하고 있다. 어학 성적도
필요한 직무 지원자만 입력하게 한다. 주요하게 관찰하는 자질은 창의력,
입사에 대한 열정, 탄탄한 기본기. 창의력은 "신문에서 접하는 멋진 논설 평이 아니라 지원자 자신만의 생각, 생뚱맞더라도
신선한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춘다. 입사에 대한
열정은 "해당 회사가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떤 기술을 연구하는지, 사업 현황과 시장 상황을 알고 있는지,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 제안
또는 홍보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본다. 기본기란 "직무에 따라 요구하는 강점과 경험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인턴십, 해외연수 경험,
토익 점수 같은 통상적인 스펙보다는 전공과목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졸업 논문 주제가
무엇이며 얼마나 오래 연구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LG전자 인적성검사는 인성검사인 LG웨이 핏 테스트(LG
Way Fit Test)와 적성검사로 이뤄진다. 인성검사는 342문항을 50분간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선호한다"는
질문이 나오면 "그렇다,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성향을 입력하는 과정이다.
적성검사는 언어 이해, 언어 추리, 수리력, 도형 추리, 도식적 추리, 인문
역량 등 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25문항을 140분 안에 해결해야 한다. 2014년 하반기부터 적성검사에 한국사와
한자가 포함된 인문 역량을 새로 만들었다. 한국사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주요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예컨대 정도전 '조선경국전' 일부 내용을 주고, 이 내용이 주장하는 게 뭔지를 객관식으로 물어본다.
한자도 난해한 게 아니라 일상에서 꼭 필요한 어휘력을 상기하는 수준이다. 승진(昇進), 진급(進級)에 들어가는 '진(進)' 한자가 무슨 뜻이지 물어보는 식이다. LG 인재 채용 사이트 커리어스(careers.lg.com)에서 예제를 볼 수 있다. 직무 시험은
직무와 연관된 기본 지식을 평가하는데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C언어나
JAVA 프로그래밍 관련, 회계 직군은 기초 회계 관련 문제가 나온다.
면접은 실무진이 주관하는 1차 직무 면접, 임원급이
진행하는 2차 인성 면접으로 나뉜다. 1차는 직무 관련 역량과
비즈니스 요령을 중점 평가한다. 직군별로 다른데 소프트웨어 부문은 아예 코딩 시험을 본다. "묵찌빠 게임을 만들려고 합니다. 코딩용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말고 직접 손으로 코딩해 보세요." "한국 동전으로
1210원 거스름돈을 주려고 한다. 가장 작은 수의 동전으로 주는 방법을 코딩해 보세요" 같은 문제가 나온다. 지원자가 어려움을 겪으면 면접관이
힌트를 주기도 한다. 이 힌트를 잘 이해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지, 힌트조차
이해를 못 하는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영업마케팅 부문은 종일, 또는 1박 2일 합숙 면접을 본다. 극한
상황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생산·제조 직군에선 "열역학 법칙에 대해 설명해보시오" "비행기가
나는 원리를 설명하시오", IT·인터넷 부문에선 "스마트 TV를 써본 적이 있는지, 스마트
TV에 대해서 설명해 보시오" 등 질문이 등장한다.
인성 면접은 3~5명 지원자를 놓고 약 60분간
진행한다. 최근 질문 중 "당신이 목표로 하는 직장에서
최고 직위는 무엇이며 10년 뒤 자신 직위를 예상해 본다면"이
있었다. 이 질문은 "얼마나 회사에 대해 관심이
있고, 얼마나 끈기 있게 다니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었다. 이럴 때 미리 LG전자에 다니는 선배를 통해 미래
직무 트랙에 대해 공부하고 가면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사회적
이슈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자신 의견을 피력하시오"
"LG전자에 입사하면 자사 제품을 꼭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좋은
회사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등 질문이 나온다. <김창선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