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팩트'보단 '임팩트'로 승부하소서 <김창선 교수 제공>
[취업 좌우하는 자기소개서… 나열은 금물, 강한 키워드를 써야]
"이 친구 누구지?" 면접관의 호기심을
자극하라
-뜬구름 잡기 멈춰라
"글로벌 경영 최선봉에 서겠다" 추상적 표현, 경험 나열 안통해
-강한 제목을
뽑아라
"나는 퀴리부인" "You again?" 백 줄의 글보단 한 줄 제목의 힘
-날 밝을 때 써라
밤에 쓰면
연애편지처럼 될수도… 밤에 썼다면 아침에 다시 고쳐야
#1. "타인과 소통하는 도전자."
학창시절부터 저는 친구들에게 비밀 이야기를 많이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인에게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을, 동시에 그로부터 깨우침을 실천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2. "You
again?"
교환학생을 세 번이나 도전하던 제게 면접 교수님께서 하신 질문입니다. 어려서부터 작은 일도 안 되면 될 때까지
도전하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던 저는 세계를 무대로 삼고자 한 첫 교환학생 시도에서 실패했습니다.
한 국내 대기업에 취업 지망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시작 부분이다. 한 명은 통과했고, 다른 한 명은 탈락했다. 어떤 지원서가 통과됐을까? 답은 2번이다. 윤장섭
한국경영혁신컨설팅 본부장은 "2번은 소제목부터 지원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제시한 부분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 기업들이 어학 성적 등 '스펙'에 대한 평가를 줄이면서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자기소개서는 취업의 첫 관문이자, 마지막인 면접 때 질문 주제로 쓰일 정도로 채용 과정에서 비중이 크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비법은 뭘까?
현장에서 뛰는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와 취업 컨설턴트에게 물었다.
①기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정보를 갖추라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지원
회사에 대한 공부다. 양광모 경희대 취업스쿨 겸임교수는 "그 회사가 무엇을 파는 회사인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자기소개서에 잘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삼성은 실무 역량을 중시하는 편이다. 강민혁 잡드림연구소 대표는
"일례로 삼성에 입사 후 5년 내 내가 달성할 수 있는 직무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건희 회장 어록 중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과 자신의 목표를 연결시키는 것도 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사풍(社風)은
성실·근면을 강조한다.
류경남 현대차 인재채용팀 과장은 "현대차는 지원자가 아무리 많아도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들을 모두 읽어본다"며
"직무나 회사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고 성의가 있는 자기소개서는 유심히 본다"고 말했다. SK와 한화그룹 등은 리스크가 있더라도 도전하는 인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소개서를 쓰는 것이 관건이다. 홍승아 한화케미칼 과장은 "한화는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을
뽑는다"며 "기업의 세부 이슈를 잘 검토한 후 글을 쓰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②경험을 해당 기업·직무와
연결하라
기업 입장에서 채용의 목표는 입사 후 일을 잘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지원자에게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얼마나 직무에 적합한지를 설득·홍보하는 값진 기회다. 김미혜 ㈜코오롱 인사실 대리는 "지원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자신이 자랑하고 내세우고 싶어
하는 경험을 억지로 직무와 연결 지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멋진 경험이라도 직무와 관련 없는 것은 사절(謝絶)인 만큼 직무와 맞는 경험을
골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원자 중 본인이 경험한 것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들의 경험을 소개서에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삭제하는 게 좋다. 군 복무, 큰 병을 앓은 경험, 불우했던 가정사(家庭事) 등은 건너뛰는 게 유리하다. 구현서 SK 인재육성위원회
기업문화팀 담당은 "어둡고 답답한 내용보다는 밝고 활기차며 희망적인 톤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③면접관이 나를 만나보고 싶게
만들라
"한 여학생이 '나는 퀴리부인이 되고 싶다'고 썼어요. 연구직 지원이었는데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쓴 사람은 없었죠.
채용담당자들 사이에서 그 지원자는 '퀴리부인'으로 불렸고 이 학생은 무조건 면접을 보자고 했어요. 실제로 입사도 했고요."
김장순
LG화학 연구위원이 뽑은 최고의 자기소개서다. 김 연구위원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임팩트 있는 단어나 키워드를 고르면
효과만점"이라고 했다. 류경희 효성 인사담당 상무도 "다른 지원자들이 갖지 못한 차별성으로 어필(appeal)해 면접관이 말을 건네보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④잡화상 같은 경험 나열은 禁物
스펙을 안 본다는 건 독특한
경험을 더 많이 보고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본인의 많은 경험을 잡화상처럼 나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른 지원자들에게 드물고
직무에 도움이 되는 2~3가지를 골라 나만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게 승부처라고 인사 실무자들은 지적했다. 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장은
"1주일짜리 여행을 두세 번 다녀온 것은 스토리가 될 수 없지만 무작정 여행을 떠나 노숙을 하거나 현지에서 막노동을 불사하며 자기만의 길을
찾아낸 것은 기업이 좋아하는 스토리"라고 말했다.
⑤수치 등 구체성 담아… 마지막까지 推敲하라
이시한
에듀홀릭 대표는 "기업은 돈을 잘 벌어줄 사람을 뽑는 게 목적"이라며 "스토리텔링 작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자기 주장을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하라"고 했다. 여기서 핵심은 추상적인 표현을 극소화하고 수치 등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의 10년 후 계획에
대하여 작성하시오"라는 질문에 "글로벌 경영의 최선봉에 서겠습니다" 같은 뜬구름 잡는 식 답변은 최악이다. 정확하고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밤보다는 낮에 쓰는 게 낫고 밤에 쓴 글이라도 오전에 다시 보고 퇴고(推敲·문장과 어휘가 적절한지 다듬는 일)를 거듭해야 한다. 박성은 포스코
HR실 팀리더는 "마감에 임박해 밤에 쓴 자기소개서는 연애편지처럼 흐를 수 있다"며 "제출하기 하루 전에 원고를 마치고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1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