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적성 검사 응시 요령]
삼성 - '최고 지향' 시사 상식 50개
현대차 - 빨리 결론 내는 인재 선호
LG - 암호 해독 등 이공계 유리
포스코 - 역사 문제 에세이 작성케
틀린 문제 감점하는 기업도 있어 모르면 답안 안 적는 게 나을 수도
올해 하반기 공채를 실시하는 주요 대기업이 이번 주부터 주말마다 필기 전형인 인·적성 검사를 실시한다. 8일 LG그룹을 시작으로 9일 현대자동차그룹, 16일 삼성그룹, 22일 CJ그룹, 23일 SK그룹이 인·적성 검사를 각각 진행한다. 최근 대기업 인·적성 검사는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을 반영한 문제의 출제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요 대기업의 인·적성 검사 특이 사항과 응시 요령을 정리했다.
①점점 높아지는 인성 검사 비중
인성(人性) 검사는 지원자 인성이 기업 인재상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대기업은 보통 인성 검사에서 300문항 정도를 40~50분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질문 내용은 '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나는 가끔 다른 사람을 때리고 싶다' 등이며, 지원자는 각 질문에 대해 자신의 성향에 따라 0~5점을 매겨야 한다.
인성 검사 결과는 통과와 탈락 두 가지밖에 없다. 인성 검사에서 탈락하면 직무 적성 검사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탈락시키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일부 기업은 인성 검사 탈락자는 다음 해 다시 지원하더라도 서류 전형에서 탈락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컨설팅 전문가인 양광모 경희대 겸임교수는 "주요 기업의 인성 검사 탈락률이 20% 정도"라면서 "최근에는 직무 적성 검사 없이 인성 검사만 실시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②그룹별로 조금씩 다른 직무 적성 검사
직무 적성 검사에도 기업의 성향이나 원하는 인재상이 녹아 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른 만큼 문제 유형, 질문 내용, 난이도가 기업에 따라 다르다.
삼성그룹은 직무 적성 검사에 '최고 지향'의 문화가 녹아 있다. 과목은 5개로 가장 많고, 하나의 과목에도 다양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된다. 취업 준비생 사이에선 '삼성 적성 검사부터 준비하면 어지간한 기업의 적성 검사 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돈다. 시사 이슈 등을 묻는 상식 문항도 50개 정도 출제된다.
현대자동차는 자료 분석 문제의 출제 비중이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보고서를 정확하게 분석해 빨리 결론을 내리는 인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직무 적성 검사의 난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LG그룹은 암호(코드) 해독을 잘하는 이공계에게 유리한 문제가 다수 출제된다.
③적성 검사 모르면 찍지 마라
취업 준비생이 궁금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적성 검사에서 모르는 문항이 나오면 답안지를 비워 둘 것인지, 아니면 답을 찍을 것인지 여부다. 일부 기업은 적성 검사 시작 전에 감독관이 '모르는 문제는 답안지를 비워두라'거나 '찍어서라도 답안지를 채워 넣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기업도 적지 않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명확한 지침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모르는 문제는 답을 표기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틀린 문제에 대해 감점 제도가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감점 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문항 100개에 모두 답안을 표시하고 80개를 맞힌 경우를 가정해 보자. 감점 제도가 없다면 80점이지만, 틀린 문제 하나당 0.5점 감점이 적용되면 70점으로 점수가 깎인다. 모르는 문제는 과감히 포기하고 답안을 표기하지 않는 게 점수 관리나 시간 관리에 유리한 셈이다.
④한국사 문제 비중 줄어들어
최근 2~3년 동안 직무 적성 검사에 한국사 문제를 출제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올해 한국사 문항 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공기업은 지난해까지 한국사를 20문항 출제했지만, 올해 상반기엔 15개로 줄였다. 한 대기업은 올해 한국사 문항 수를 10개에서 1개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객관식 30개이던 한국사 문항을 올해부터 주관식 5개로 변경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한국사에 대해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문항 수를 줄이는 대신 주관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포스코는 지원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역사관을 알아보기 위해 역사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GS리테일·GS건설 등은 면접 과정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역사 에세이 질문으로 '르네상스의 의의와 영향에 대한 의견 및 21세기 르네상스 분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고려 공민왕, 조선 조광조 등은 개혁 활동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당신이 개혁 주도자라면 성공을 위해 어떻게 했을까'를 질문으로 제시했다.
⑤지원 회사에 대한 정보 충분히 알고 가야
지원 기업의 역사나 성과에 대해 묻는 질문도 다수 출제된다. '어디라도 붙고 보자'며 여러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하는 허수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적성 검사 때 '포스코가 개발한 최첨단 제철 공법은 무엇인가'(정답 파이넥스)라는 문항을 출제했다. CJ그룹은 'CJ그룹 계열사의 CSR(사회공헌활동)이 아닌 것을 꼽아라'는 질문이 객관식으로 출제됐고, 지난해 CJ 계열사인 tvN으로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인 '응답하라 1988'에 대한 문항이 출제되기도 했다.
<조선 2016.10.7일자> (김창선 교수 제공)